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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 말 , 마음에 새기는 것 )

hoon222y 2017. 10. 19. 14:12


지인의 추천으로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미루다가 최근에 책을 구매하고 읽게되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잔잔한류의 책이였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기 좋았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다.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법]


 영화 '종이 달'의 주인공 리카는 평범한 은행원으로 일하며 조금은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백화점에서 충동적으로 화장품을 구매한 그녀는 얼떨결에 고객 예금에 손을 대면서 걷잡을 수 없는 나락에 빠진다. 아슬아슬한 일탈을 이어나간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종이 달'은 무슨 뜻일까. 과거 일본에 사진관이 처음 생길 무렵, 초승살 모양의 가짜 달을 매단 채 한껏 폼을 잡고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종이 달은 가족이나 연인과 보낸 가장 행복한 순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횡령한 돈을 흥청망청쓰고 집으로 향하던 리카가 새벽하늘에 걸려 있는 초승달을 지그시 바라보던 순간이다. 이는 관객들에게 '훔친 돈으로 누리는 행복도 행복일까, 가짜 행복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글쎄다. 리카의 행복은 진짜도 가짜도 아닌, 어쩌면 '사이비 행복'이 아닐는지.


 "사이비"

 비슷하기는 하지만 가짜인 것을 의미한다. 물건으로 치면 정교한 모조품이다. 사이비는 진짜와 비슷하다. 그래서 때로는 진짜와 구별하기 어렵고 때로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이비의 생명은 짧다. 유통기한이 그리 길지 않다. 진실한 것이 아니기에 언젠가는 그 실체가 탄로 나고만다. 물건이 그렇고, 사람이 그렇고, 감정도 그렇다.


 그렇다면 진짜와 가짜를 쉽게 구별하는 요령이라도 존재하는 걸까? 특별한 방법까지는 아니지만, 다음 이야기가 도움을 줄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경제부 기자 시절 시중은행의 위폐 감별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빠른 손놀림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슈퍼노트(초 정밀 위조 달러)를 감별해내는 '가짜 돈 전문가' 였다. 궁금했다. 진짜 지폐와 가짜 지폐를 가르는 잣대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와 주고받은 대화를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차장님, 요즘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위폐가 많다고 하던데요?"

 "네. 그럴수록 진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해요. 가짜를 걸러내려면 진짜를 잘 알아야 하죠."

 "그렇군요. 그래도 가짜를 보면 뭔가 감이 온다거나 그런 게 있나요?"

 "너무 화려하면 일단 수상한 지폐로 분류합니다."

 "네? 화려한 게 위폐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인가요?"

 "위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해요. 어딘지 부자연스럽죠.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진짜는 안 그래요. 진짜 지폐는 자연스러워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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